" 내가 선택한게 아니에요. 드럼이 온거예요. 나한테"
정말 항상 믿고 보게 되는 윤나무배우의 공연을 오랜만에 봤다.
1인극을 본 건 처음인데 그의 연기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.
분명 내 앞에 서있는건 한 명인데 꼭 여러명을 보고 온 기분이다.
대학로에 윤나무라는 배우가 있어서 다행이고,
내가 이 배우를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.
※※※※스포주의
아드리앙과 베르나르를 교차로 연기하는게 정말 힘들것같은데
그의 표정만 봐도 지금 그가 연기하는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.
베르나르 아저씨를 삽으로 내려치는 아드리앙은 정말 프랑스스러운 결말같았다.
처음에 아드리앙이 손바닥으로 몸을 치면서
드럼의 좋은 점은 악기없이도 연주할 수 있다고 하는데,
마지막 장면에서도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조명이 켜지며
드럼은 악기 없이도 연주할 수 있다며 손바닥을 치는데 정말 탄탄한 전개였다.
내려치는 장면 이후로
아드리앙이 밝은 표정으로 드럼을 칠 땐
그가 너무 예쁜 표정으로 해맑게 드럼을 치고 있어서 슬펐다.
마지막에 드럼에 키스를 날릴때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동시에 절망적이었다.
이 연극에서 세실의 역할이 궁금했는데,
아드리앙에게 밴드를 꾸려줄 역할과 키스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필요했던걸까?
지금도 의문이다.
그가 본인의 친아빠임에도 불구하고
베르나르를 "아저씨"라고 불러왔으며, 아주 나중에서야 본인이 아저씨라고 불렀던 그 사람이
친아빠인것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.
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피해자인 아드리앙이
그러한 자각이 전혀 없이 그저 드럼만 있으면 행복해하던 모습도,
그를 다 망쳐버린 베르나르도,
또 본인이 하는 게 뭔지도 모른체 그를 응징하던 아드리앙과
그런 아드리앙이 해맑게 드럼을 치는 모습을 극 후반에 배치한 것도
다 너무 잔인했다.
이렇게 잔인한 연극인지 몰랐다.
앵콜로 돌아온 온더비트는 이번주면 마지막이라서 그런지
지난 16일공연은 전석 매진인데다 관객호응도 대단했다.
그래서일까? 윤나무배우도 커튼콜때 너무 밝게 웃어서 보는 내가 기분이 좋았다.
그는 커튼콜에서도 참 몸을 잘 썼는데
역시 크리스토퍼 한 번 다시 해도 되겠다.